EXHIBITION

기억흔적 ENGRAM

박 찬 우  Chanoo PARK

2018. 04. 14. Sat - 05. 12. Sat 

 죽음을 마주한 시점, 지난 시간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고 한다. 이는 시간의 직선성을 드러내는 표현이지만 동시에 그 기억들은 주체의 주관적 중요도에 따라 떠오르고 인과관계가 재편된다. 인간 인식의 한계인 동시에 독자적인 서사의 창조.

 

 흔히 흐름을 표상하는 물이 작가의 전작에서 그 흐름을 과시하며 물보라를 일으키기보다 견고하게 그 자리를 지켜온 돌의 뒤편으로 물러나듯, Engram의 중첩된 이미지 역시 개별 인간에게 남겨진 기억 흔적의 강약으로 일직선의 시간 개념을 초월해 현재로 존재한다. 동시에 주요 오브제인 백과사전은 개인적 추억인 동시에 인류의 역사로 집대성한 지식이기에, 다시금 거대한 흐름 속에 위치한 개별 존재, 그 상호작용을 사유하게 한다.

 

 Stone 시리즈가 둥그스름하게 매만져진 돌의 표면과 부서지지 않은 견고함으로 시간의 영속성에 포착된 찰나를 명상적으로 기록한다면, Engram은 언어와 기록으로 남기고 남겨진 인간 정신, 선택을 거쳐 저장된 책장의 비움과 채움을 펼치고 중첩시키며 시각이미지로 말을 걸어온다. 겹쳐진 언어는 때로는 언어인지 무엇인지 모를 흔적으로 남고, 때로는 생생한 독백으로 되살아나 과거와 미래를 속삭이며 그 틈에 “지금 이 순간”을 만들어낸다.

 

Engram - 기억흔적 – 전시서문 中 발췌

 잠겨있는 시간이다.

 사물과 말들이 깊은 시간 속에 잠겨있다. 기억은 분해되고 흔적은 공간으로 남았다.

 

 박찬우는 2015년 "Stone"의 작가노트에서 돌이 간직한 시간의 깊이를 언급했었다. 시간은 깊이를 가지는 것일까? 이번 작업에서 그가 선택한 대상은 공간, 책장, 선반, 백과사전이다. 선명한 틀 안에 투명하게 겹쳐진 사물과 글자와 이미지는 흐릿한 형태로 화면을 채운다. 펼쳐진 백과사전의 글과 이미지는 중첩되고, 비우고 채운 공간의 사물이 있음과 없음 사이로 기록되었다. 선택된 장은 발생한 시간의 순서와 상관없이 작가의 현시점에서 하나의 공간 안에 재배치된다. 겹쳐진 이미지 사이로 시간의 위치가 재구성되었다.

 

 그가 한 화면 안에 묶어 놓은 중첩된 이미지들은 남기기 위한 능동적인 행위로써 '기록'보다 남겨진 '흔적'에 가깝다. 비움에서 채움까지, 선택과 중첩의 간격마다 행위의 주체로서 그가 의도한 것은 남기기보다 남겨짐이다. 이번 전시에서 백과사전과 책장은 작가 개인의 오랜 기억의 표상으로 시간의 관계를 이어주는 단초가 된다. 관심은 이어 타인의 시간이 축적된 책장, 선반, 공간으로 이동하였다. 이곳에는 타인의 시간과 그것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간이 중첩되어 있다.

 

 백과사전과 책장에 보존된 작가의 기억은 그가 39살 되던 해 마주한 죽음에 대한 의식의 과거, 현재, 미래이다. 그 시간 작가는 흔적을 정리했고 책장을 비웠다. 그 당시 책이란 자신의 생각과 마음, 미련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 Bookshelf란 작업은 내 책장에서 시작되었다. 아프기 전에 있었던 책장과 수술과 함께 비웠던 책장, 그리고 다시 새 책으로 차있는 책장을 중첩시켜 한 장의 사진으로 만들었다. 책은 그 사람의 생각이고 가치관이라 한다. 즉 이 작업은 그 전의 나와 모든 걸 비웠던 나, 그리고 현재의 나를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작업이다." (작가노트 Bookshelf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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