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JJ 중정갤러리에서 9월30일(수)부터 10월23일(금)까지 최준근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작가는 캔버스 천 위에 흰 물감을 수십 번 칠하고 갈아내는 작업을 반복하고 그 위에 세필에 먹을 묻혀 제주도 돌을 그린다. 흰 물감을 칠하고 갈아내는 과정은 일종의 수행과 같다. 천이었다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시간을 들여 갈고 칠하고를 반복했다. 작가는 얼마나 돌을 그리고 싶었을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지 않고서는, 하얀 바다, 하늘, 모래 사장을 만들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으리라. 기다림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작가의 작업에는 여백이 많다. 하지만 그 여백이 가득 차 보이는 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 작가의 인내가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이 보여주는 것보다 절제하여 보여주는 건 더 힘들다. 과묵한 사람에게서 더 조심스러워지는 것과 같은 것 같다. 작품은 조용하고 과묵한 작가를 닮은 것 같다. 여름이 끝나가는 이 때에 지난 시간을 조용히 돌아보며 여름의 파도 소리를 떠올려 보면 어떨까 싶다. 마음이 왠지 잔잔해 지는 것 같다. 

최준근은 돌을 그린다. 그가 그린 돌은 검다. 제주도의 검은 현무암 파편이기 때문이다. 그 돌들은 제주도 바닷가에 있고, 그가 그린 그림은 그 돌들이 있는 풍경이다. 흰색 화면 전체는 사실은 바다이자, 흰색이자, 하늘이다. 이 두 가지 무채색 사이에 그의 그림이 있다. 화면은 깊이를 가질 수 없는 단순한 여백으로 남아있고 검은 돌들은 먹의 검은색만이 사용되었다. 
과연 돌은 어떠한 상징으로 써 존재하는 것일까? 끝도 시작도 없는 영원한 순환체계를 갖는 무한한 우주공간에서 우리가 인정할 수 있는 인간이 가진 무력함, 또는 광대한 자연의 일부로서 삶을 영위하다 소멸되어가는 하나의 작은 생명체를 무심하게 던져놓은 것일까. 이러한 상상은 먼 우주로부터 던져 졌을지 모르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동양의 철학적 사고를 보여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화면은 깊이를 가질 수 없는 단순한 여백으로 남아있고 검은 돌들은 먹의 검은색만이 사용되었다. 생성과 소멸에 대한 그의 끝없는 성찰의 결과물이 순백의 무한한 화면 위에 지워진 듯 그려진 듯 펼쳐진다. 이번 최준근의 개인전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동양의 철학적 사고를 성찰해 보고자 한다. 


최준근 작업에 대하여 – 강홍구 평론 中 

최준근의 풍경은 크고 작은 여러 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사실은 커다란 한 장의 그림이다. 그림 전체는 연결되어 하나의 풍경, 제주 해안의 풍경을 이룬다. 아니다. 사실 그 풍경은 제주 해안의 풍경이어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혹은 작가의 마음속의 풍경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내부의 풍경이다. 과연 그럴까? 아무래도 좋다. 그 풍경은 결국 보는 자, 관람자의 풍경이 되기 때문이다. 풍경은 그 누구의 풍경도 아니면서 또한 동시에 모두의 풍경이기도 하다. 

검은 돌들은 먹으로 그려진다. 최준근은 큰 붓이 아니라 작은 붓들을 쓴다. 한 번 칠하고 두 번 바르고 자꾸 붓질을 쌓아 돌들을 그린다. 아니 그리는 것이 아니라 거기 있도록 지시한다. 지시 받은 돌들은 멈춰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림을 이루는 것은 흰색 배경과 검은색의 단단한 돌. 
최준근의 그림은 그림의 대상인 사물의 존재를 지우면서 동시에 존재하도록 허용한다. 이 모순 속의 돌들은 돌이 아니고 검은 색이다. 배경 역시 하늘도 바다도 아닌 흰색일 뿐이다. 그러면서 검은 색은 돌이 되고, 흰색은 돌의 배경이 된다. 이 두 가지 무채색 사이에 그의 그림이 있다. 사실 그의 과거의 그림들에 비하면 놀랍도록 명료하고 단순해졌다. 이 단순함이 시간의 힘이고 그의 힘이다. 

최준근의 그림의 배경이 되는 캔버스는 흰색 배경 이상의 역할과 기능을 한다. 그는 그것을 바다라고 부른다. 그 부름 때문에 흰색은 바다가 되지만 사실은 그것이 바다인지 하늘인지 캔버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왜냐면 그 물결 없는 바다, 수평선 없는 바다, 그려지지 않은 바다는 여백이자 캔버스 자체이다. 이는 동양 그림에서 말하는 여백과도 다르다. 여백은 뭔가 그려지고 난 뒤의 가능성을 지시하는 개념적 공간이지만 최준근의 그것은 그런 가능성의 공간이나 보는 사람이 상상력을 펼치는 공간 이상의 어떤 것이다. 거기에는 존재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 캔버스의 존재감은 어쩌면 그려진 대상인 돌보다도 강하다. 

그의 그림을 보면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려진 돌들의 존재감 보다는 캔버스 전체의 프레임이다. 옆으로 긴 장방형 틀 안에 놓인 돌들은 그 다음에 눈에 띈다. 그림이 걸린 공간과 흰 사각형 프레임 사이의 존재론적 긴장감이 그의 그림을 보는 열쇠인 셈이다. 
그러므로 그의 그림은 아슬아슬하다. 즉 모던한 추상회화가 갖는 평면적인 특질들과 구상적인 드로잉과 같은 재현적 묘사 사이에 다리처럼 걸려 있다. 그것이 그의 그림이 보는 이의 눈길을 잡아 끄는 힘이다. 그의 그림은 여차하면 디자인적이 될 위험과 최소한의 묘사로 이루어진 미니멀적 재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절제이다. 때문에 그의 작업들 중 성공적인 것들은 팽팽하게 균형이 잡힌 바둑판처럼 긴장이 흐른다. 돌들은 귀와 변에 알맞게 놓여 세력과 집 사이에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상태. 마치 고수들의 초반 포석처럼 보인다. 한 수가 더 놓이면 균형이 무너지고, 다시 한 수가 놓이면 또 균형이 맞아가는 기나긴 대국. 그러므로 최준근의 작품을 본다는 것은 단순히 그려진 돌을 보는 것이 아니다. 

최준근의 그림은 늘 초반 포석 단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중반의 치열한 접전이고, 종반의 끝내기이기며 심지어는 마지막 초읽기 속의 피 말리는 계가이기도하다. 결과는 반집 승부이거나 아니면 빅. 그래서 그의 그림을 보는 것은 한판의 바둑을 보는 것 같다. 관객은 머리속에서 돌들의 배치를 좌우로 옮겨보고 앞뒤로 밀고 당기며, 초반부터 끝내기까지의 과정을 해보는 것이다. 그의 그림은 얼른 보기에는 차갑고, 계산적이지만 조금만 집중하면 한판의 바둑처럼 즐길 수도 있다. 문제는 보는 사람이 그림 앞에 얼마 동안 서 있느냐이다. 

걷기와 바라봄의 차분한 결과물인 최준근의 그림들은 단순하다. 그 단순함은 돌의 침묵이나 바닷물의 일렁임과도 같다. 멀리서 보면 점들로 보이는 그의 그림은 가까이 가보면 돌이 된다. 그가 그린 돌들은 먹으로 그의 획들의 집적이다. 물론 서예의 그것처럼 획이 온전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획들이 쌓여 이루는 돌들은 묘사된다기 보다는 쓰여진다. 그리기가 아닌 쓰기로서의 이미지 제작은 재현으로부터 사실은 멀어진다. 그의 그림은 재현이 아니면서 재현의 효과를 내고, 엄밀하게 구성되었으면서 구성으로부터 멀어진다. 

최준근의 그림 속의 돌들은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이데거가 언급했던 고호의 구두처럼 존재, 대상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점으로 사라지려는 것처럼 보인다. 이 느낌은 기이하게도 원元대의 예찬이나 황공망의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그것은 그가 최근 취미처럼 붓글씨를 쓰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글씨는 초보라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초보인가 능숙한가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시각 혹은 취향의 문제이다. 그러고 보니 그가 사용하는 장방형의 캔버스 규격은 화선지나 한지의 규격과 유사하다. 혹은 기다란 두루마리 그림과도 같다. 

동양의 옆으로 펼쳐진 두루마리 그림들은 하나의 고정된 시점에서 그려지지 않는다. 잘 알다시피 그런 그림들은 산점 투시, 혹은 걸으면서 바라본 것처럼 그려지고 같은 방법으로 보여진다.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올 필요 없이 부분들을 보아서 상상력으로 재구성하는 그림들. 
최준근의 돌 그림, 돌의 풍경은 한 곳에서 바라보는 서양 전통 회화의 구성과 방법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걸으면서 보아야 한다. 실제로 걷지 않더라도 마음 속으로. 그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끝없이 제주 바닷가를 걷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보는 사람들 또한 그림 속을 걷기를 권한다. 느릿하고 천천히.... 

2015 독일 비더만 뮤지엄에 작품이 소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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